<샘플로 채취한 연료. 검은 찌꺼기가 떠다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소비자가 피해 증명을 위해 증거물을 확보할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자칫 증거 채취가 잘못될 경우 보상은커녕 되레 억지주장을 부리는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한 소비자가 연료를 주유한 뒤 주행 중 차량이 멈췄다는 황당한 사연을 전해왔다. 해당 연료를 주유했던 주유기에서 샘플로 채취한 기름에는 검은 이물질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지만 시료 채취 잘못으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의 주유소와 관련한 각종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물질 불만은 이례적이다.
부천시 상동의 김 모(남.34세)씨는 지난해 12월25일 인근 주유소에서 무연휘발류를 주입한 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차량 떨림을 느꼈다. 연료펌프에서는 귀에 거슬리는 굉음까지 발생했다.
즉시 주유소로 돌아가 연료를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김 씨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샘플을 채취해 귀가했다.
다음날 김 씨는 정비센터를 찾아 연료탱크를 청소하고 새로운 연료를 주입해봤다. 그랬더니 차량 떨림 현상이 없어졌다. 차량은 이미 연료 펌프, 필터, 인젝터 등이 파손돼 600만원의 견적이 나올 정도로 만신창이가 돼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주유소에서 채취해온 휘발유를 살펴보자 검은색 이물질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차량 고장이 이물질 연료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고자 연료탱크에 있던 기름을 커다란 통에 시료로 채취했다. 이를 1.5리터 PET병에 담아 한국석유관리원에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의 검사 결과는 황당하게도 문제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제야 김 씨는 시료를 채취하면서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게 됐다.
연료탱크의 기름을 커다란 통에 받으면서 이물질들은 바닥에 가라앉았고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이물질이 없는 윗부분만 PET병에 담아 검사를 의뢰했던 것. 이물질이 걸러진 연료를 시료로 채취한 셈이었다.
결국 김 씨는 석유관리원의 검사 결과를 근거로 '정상 연료'임을 주장하는 업체 측에 더 이상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다시 검사를 의뢰하려 했지만 당시 연료를 채취해 놓은 통마저 잃어버린 상황이어서 더 이상 손 써볼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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