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등 진화장비와 저수조, 화재경보기, 폐쇄회로TV(CCTV)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데다 강한 바람, 가파르고 좁은 길 등으로 소방차 접근이 어려워 진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대웅전이 2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로 누전 가능성이 작은데다 화재 직전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사찰 관계자 말에 따라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불이 난것은 20일 오전 0시 24분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대웅전(51㎡), 종무실(27㎡), 종각(16.5㎡) 등 사찰 건물 8동 가운데 3동이 전소했다.
불은 소방서 추산 5억9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대웅전에 있던 청동불상과 탱화 등 중요 문화재도 함께 소실돼 피해액은 엄청나게 늘어날 전망이다.
화재 당시 사찰에 있던 승려와 신도 등 16명은 긴급히 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향일암 종무소 김만재 사무국장은 "오후 8시께 신도들이 대웅전 기도를 끝마치고 나서 11시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며 "대웅전에서 불길이 솟아 신고했다"라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과 공무원, 인근 주민 등 250여 명이 나서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사찰이 해발 150m가 넘는 금호산 중턱에 있는데다 입구에서 사찰까지 1km에 이르는 진입로가 가파르고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초속 6∼7m의 강풍까지 분데다 영하권 날씨로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의 어려움이 더욱 컸다.
특히 불이 난 대웅전 등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는데다 자체 저수조도 3.5t밖에 안 되고 자체 경보기도 없어 초기진화가 역부족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일단 자정 직후 대웅전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신도들이 기도 후 대웅전 촛불을 모두 껐고 문을 잠갔다는 사찰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특히 사찰에 접근하는 길이 3-4곳에 이르지만, 용의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폐쇄회로TV가 없어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문화재 화재의 특성상 건물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흔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발화지점 확인도 애로를 겪고 있다.
사찰 관계자는 "사찰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해줄 것을 수차례 여수시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방화 가능성도 큰 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여수시와 지역상가 주민들으 제14회 향일암 일출제가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기축년 마지막 날인 31일부터 경인년 새해 첫날인 1일까지 향일암에서 일출제 행사를 할 계획이었다.
주요 행사는 해넘이, 개막행사, 제야의 종 타종식, 일출 행사 등으로 여수 엑스포 성공 기원 행사도 겸하고 있어 수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종각이 불에 타 타종식은 사실상 무산됐고 주변 화재 정리 등으로 향일암 접근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여 향일암에서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향일암은 전국 대표적 해맞이 명소로 새해 때만 5만∼8만 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 곳이다.
향일암 주변 상가와 민박 업소 등은 새해 특수로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번 화재로 특수가 실종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향일암은 어떤 사찰
전남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향일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인 화엄사의 말사(末寺)로, 원효대사가 659년(의자왕 19년)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1715년 인묵(仁默)대사가 지금의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해를 바라본다'(向日)는 뜻의 향일암으로 명명했다. 대웅전 등은 1986년 새로 지었으며 최근에는 대웅전 안팎을 금으로 단청하기도 했다.
금오산 중턱, 바다와 맞닿은 언덕에 지어져 기암절벽의 동백나무와 수평선 일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새해 일출제에는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강릉 정동진, 포항 호미곶, 동해 추암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 해맞이 명소다.
지난 4월에는 '우상 숭배는 안 된다'는 특정 종교에 심취한 정모(43.여)씨의 난동으로 대웅전 불상 등이 훼손돼 5천만 원의 상당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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