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에티켓‘이란 말은 프랑스어 ‘estiquier(붙이다)’에서 유래되었다. 옛날 프랑스 왕궁에서 예식을 치를 때 궁정인이나 각 나라 대사의 주요 순위를 정해서 절차를 정한 뒤, 그 내용을 적은 티켓을 나누어 주었는데 이 티켓이 훗날 ‘에티켓’이 되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베르사유 궁전 정원 푯말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내용이 참 재미있다. 당시 왕족들은 베르사이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전용 변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궁에 드나들던 변기를 들고 다니지 못한 몇몇 귀족들은 잔디에 들어가 볼일을 보기도 했다. 결국 궁전 정원을 관리하던 정원사는 잔디를 해치지 말라는 내용의 푯말을 정원에 세워 놓았고, 이 푯말이 이후에 ‘에티켓’이 되었다고 한다.
에티켓의 유래는 각 나라별로 또 다르다. 영국은 ‘기사도 정신’, 즉 ‘균형과 절제(balance & Self-control)’를, 프랑스의 경우는 ‘똘레랑스(tolerance, 참을성)’, 즉 ‘관용과 이해(generosity & understanding)’를 에티켓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에티켓은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의 법치주의에 기초를 둔 실용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은 ‘유교 사상’에 입각한 청빈과 위엄, 즉 ‘양반’ 정신, 일본은 ‘사무라이 정신’을 바탕으로 한 ‘화합’에서 그 근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프랑스인들의 ‘똘레랑스’, 즉 그들의 참을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저의 선생님께서 프랑스 전철을 타셨을 때 일이다. 전철 문이 열리자 한눈에 봐도 럭셔리한 귀부인이 탔다. 밍크코트와 진주목걸이 등 보석과 장신구를 휘감은 이 귀부인은 주위를 둘러보다 좌석이 없자 천장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몇 분 후 다음 정거장에서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더러운 모습에 남루하고 초라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악취를 풍기며 들어왔다. 이 사람 역시 좌우를 살피다가 자리가 없자 귀부인 옆에 서있게 되었다. 당시 저의 선생님께서는 이 귀부인의 다음 행동이 무척 궁금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귀부인은 악취나 주위의 시선은 신경 안 쓴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 미동도 없이 7~8개의 정거장을 더 갔고, 자기가 내릴 정거장에 다다르자 유유히 사라졌다. 보통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거나 악취에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던 그 귀부인의 인내심에 선생님은 몹시 놀라셨고,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이 에티켓 교육에 있어 얼마나 ‘인내’를 중시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으셨다고 한다.
우리는 ‘에티켓’과 ‘매너’가 같은 ‘예의’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이 둘에는 차이가 있다. ‘에티켓’이 예의의 유무를 말해주는 ‘형식(form)’이라면, ‘매너’는 이 형식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인 ‘방식(way)’이다. 그래서 에티켓은 ‘있다’, ‘없다’ 또는 ‘지키다’, ‘안 지키다’의 표현들과 함께 쓰고, 매너는 ‘좋다’, ‘나쁘다’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인사를 하는 자체는 ‘에티켓을 지키다’, ‘에티켓이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그 인사를 경망하게 하느냐 공손하게 하느냐에 관해서는 ‘매너가 좋다’, ‘매너가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에티켓이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기본으로 당연히 갖춰야 하는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이와 아주 미묘한 차이로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매너‘에 대해서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앞으로 더욱 더 강조하고자 한다.
김혜영(Candice Kim) 기자 (sweetcandi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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