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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떠안기고 홀연히 증발

정부 녹색 사업 빙자 허위.과장 광고 기승..당국"통제 불가능"

[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녹색성장 정책이 정부사업을 빙자한 관련업체들의 허위 과장 광고와 소비자 피해로 빛을 바래고 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에너지 관련 상품이나 사업을 정부에서 보급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 뒤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발뺌하고 있기 때문.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들 업체의 상술은 당국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기 절감기 판매 업체가 정부 사업을 빙자해 소비자를 속여 허위 제품을 팔고는 오리발을 내미는가 하면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의 신재생에너지 시공업체가 온수 등 보조적인 열원으로만 가동하는 대체 에너지 시스템을 난방까지 가능하다고 허위·과장 광고해 소비자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특히 정부 정책이나 사업을 빌미 삼는 허위·과장 광고의 경우 정부라는 거대한 기관에 대한 막연한 신뢰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무방비로 당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정부 당국의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정부지원 받는 에너지 절감 장치야~"

 

지난해 7월 9일 경산시 중방동의 김 모(남.39세)씨는 xxx코리아라는 회사 직원으로부터 전기 절감기를 권하는 전화를 받았다.

 

직원은 “한전과 협의 하에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에너지소비 절감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시 전기세 절감 효과가 20%이상이며 6개월 이내 효과가 없을 시 100%환불 해드린다”며 김 씨를 설득했다. 김 씨는 119만원을 들여 제품을 구입 설치했다.

 

하지만 5개월가량 제품을 사용했으나 전기세는 한 푼도 줄지 않았다. 김 씨가 환불을 요구하기 위해 계약서상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멘트가 나와 김 씨의 등줄기를 싸늘하게 식혔다.

 

당황한 김 씨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름이 유사한 xxxESC라는 회사의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상담원은 “당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발뺌했다.

 

제품을 판매한 회사는 유령처럼 증발해 버리고 유사한 상호의 회사는 관계가 없다는 상황에 김 씨는 “말로만 듣던 ‘먹튀’에 내가 당할 줄은 몰랐다”며 분개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취재로 xxxESC는 제품의 제조사임이 밝혀졌다. xxx코리아는 제품의 판매를 전담하는 회사. 제조사는 일절 판매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 xxxESC의 주장.

 

하지만 xxxxESC는 xxxx코리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일 뿐만 아니라 판매사 소속의 대리점 운영자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xxxESC 담당자는 “판매 건수 당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노린 판매사원이 과도한 광고를 한 것 같다”며 "xxx제품은 영업 사원이 언급한 ‘한전’이나 ‘정부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제품의 전기료 절감 효과도 사용 기간에 따라 ▲단기(1개월 미만) 2~3% ▲장기(~6개월) 10% 선이며 “대리점 운영자 교육 시 이 같은 사항을 분명히 공지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최근 김 씨와 같은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xxxx코리아 측의 방문 판매를 일체 중지한 상태이며 환불 요구 시 해당 대리점에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xxxxESC에서 생산가 수준의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씨와 계약한 영업지점의 전화가 불통인 이유에대해서는 “해당 대리점이 김 씨와 계약 후 영업을 중지해 전화연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xxx코리아 본사와 김 씨는 현재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로 환불건을 협의하고 있다.

첨부이미지

 

   

▶"정부가 보조금 주는 그린홈 사업인데…"

 

작년 1월경 태양열 시스템을 도입한 순천시 장천동의 양 모(남.32세)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태양열 시스템업체 G사의 영업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집으로 찾아와 양 씨에게 태양열 보일러 시스템 설치를 권했다.

 

직원은 “시스템을 설치하면 난방과 온수가 모두 해결된다. 정부의 그린홈 보급사업 덕에 지금 신청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며 양 씨를 설득했다. 양 씨는 그달에 자부담비 800만원을 들여 시설물을 설치했다.

 

설치 후 처음 문제가 발생한 것은 날씨가 더워진 그해 여름. 시스템의 과열을 막기 위해 방열 팬이 돌아가면서 석 달간 60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왔다.

 

제품 소개 시 방열 팬에 관한 얘기는 일언반구도 들은 적 없었던 양씨는 당황했다. 에너지를 아끼자고 거액을 들여 설치한 시스템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 비용을 유발시킨 셈이다.

 

시스템을 처음 가동한 10월 중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보일러를 가동 했지만 집에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AS를 받으라”는 업체의 안내에 따라 배선 점검, 밸브 고장, 부동액 교체 등 수차례 수리를 받았으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양 씨가 항의하자 업체 측은 “(양 씨가 살고 있는)지역의 일사량이 적어서 그렇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놨다.

 

지역 일사량이 충분치 않다면 계약 시 그 사실을 알렸어야 함이 당연지사. 황 씨는 "업체가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계약무효를 주장하고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제대로 된 안내를 하지 않은 직원을 탓하며 환불을 거절했다. 그 과정에서 업체 측은 당시 영업직원이 정식 직원이 아니고 계약에 따른 성과금만 지급받는 계약직 이라고 털어놨다.

 

해당 직원에게 다시 따지자 “당시에는 나도 난방이 안 되는 줄 몰랐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법을 찾지 못한 황 씨가 에너지관리공단에도 민원을 제기했으나 “철거와 자부담비 환불은 민사소송으로 진행하라”는 사무적인 응답만 이어졌다.

 

이에 대해 G사 관계자는 “영업직원이 충분한 설명을 해 드리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대신 황 씨에게 화목보일러 지원 등을 제안했으나 황 씨가 거절했다. 황씨가 요구하는 전액 환불은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올해 특히 날씨가 춥고 일사량이 적어 난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온수 사용은 가능해 연중 에너지 절감 효과는 분명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관리공단 담당자는 “태양열 시스템은 보조 열원으로서 기능만 할 뿐이나 최근 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설치 업체에 의한 피해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설치 업체들에 과장 광고를 하지 않도록 누차 강조했으나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송 기자 - 2010.01.20(수) 오전 11: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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