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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악질 X 파라치' 횡포를 다스리려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영인 주필] 나라에서 '대자보'를 내붙였다. '금주령'이었다. 흉년이 겹치는 바람에 나라에서도 술을 금하고 있다, 그러니 너희 백성도 알아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대자보였다. 몰래 술을 빚거나, 마시면 처벌하겠다는 경고였다.

 

경고를 어기는 백성을 찾아내서 고발하면 상을 내리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옛날부터 '술파라치' 제도가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남산골 초가집에 살던 어떤 노인이 환갑을 맞았다. 아들을 일찍 잃고, 며느리와 어린 손자만 데리고 쓸쓸하게 지내는 노인이었다.

 

살림이 궁색한 며느리는 노인에게 환갑잔치를 열어줄 재간이 없었다. 그래도 조촐하지만 정성을 가득 담은 아침상을 준비해서 노인에게 올렸다. 아침상에는 뜻밖에도 약주 한 대접이 놓여 있었다. 법을 어기는 것을 알면서도 환갑이라 몰래 담근 술이었다.

 

모처럼 약주를 구경하게 된 노인은 이웃집 친구를 불렀다. '죽마고우'와 사이좋게 반 대접씩 나눠서 마실 생각이었다.

 

그러나 '죽마고우'는 약주 냄새를 맡자마자 발꿈치부터 돌렸다. 곧바로 달려가서 고발했다. 포졸이 들이닥쳐서 며느리를 체포했다. '증거물'인 술 한 대접도 압수했다. 아직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던 노인만 무사했다.

 

이 사건을 놓고 포도대장은 고민에 빠졌다. 효심이 지극한 며느리는 처벌해야 하고, '죽마고우'를 배신하고 고발한 '술파라치'에게는 되레 상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고민이었다.

 

포도대장은 생각 끝에 결단을 내렸다.

① 밀주를 제조한 며느리는 법대로 처리한다. ② 며느리마저 잃게 된 노인에게는 생계비로 매달 쌀 한 말을 보조한다. ③ 죽마고우를 고발한 술파라치는 포도청 '별군관'으로 특별채용하고, 매달 30섬의 쌀을 급여로 지급한다.

 

며느리를 처형하려면 임금의 '결재'가 필요했다. 포도대장은 그렇지만 임금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하지 않고 버티면 며느리를 당분간 살려둘 수 있었다. 그러면서 술파라치에게는 군복을 입고 당장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포도대장이 첫 출근한 '술파라치'에게 말했다.

"그대는 오늘부터 내 부하다. 더 이상 민간인이 아니다. 그대는 '주특기'를 살려서 밀주를 단속하라. 단, 의무적으로 하루 한 건 이상 단속해야 한다.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날은 급여를 몰수하고 장 5대를 치겠다."

 

술파라치는 덕분에 매일같이 장 5대씩을 맞아야 했다. 며칠을 맞다보니 늘그막에 견디기 힘들었다. 포도대장에게 못해먹겠다고 하소연했다. 포도대장은 기다렸다는 듯, 술파라치를 파면시켰다. 그리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오늘날에는 '×파라치'가 넘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신고포상금'은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신고포상금'을 비롯해서 모두 58종류나 된다고 했다. 작년 1년 동안 중앙부처에만 9600여 건이 신고되었고, 51억46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수십 억씩 지급되다보니, 전문 '파라치'들이 돈을 노리고 '함정 단속'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시골 구멍가게에서 몇 천 원어치 물건을 산 뒤 1회용 봉투를 공짜로 얻어 신고하는 '악질'도 있다"는 보도다.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이에 따라 '부당·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해서 신고하는 경우에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신고포상금 제도 개선 방안'이다.

 

그렇더라도 포상금은 수십 억이다. 그 돈을 노린 '악질 ×파라치 피해'가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양성학원'까지 성업 중일 정도다. 더욱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서 서민들을 애먹일 수도 있다. 술파라치를 파면시킨 포도대장의 지혜가 아쉽다.

hbs한국방송 기자 - 2010.04.01(목) 오후 01: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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