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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소비자 불만을 배달한다?

분실, 파손 다반사지만 보상은 굼뱅이..정부대책도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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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환 기자]택배가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둘러싼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택배 건수는 10억여건, 연 매출 2조8천억원(추정치)으로 해마다 10% 이상씩 급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함께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택배회사의 경우 지난 2007년 1만8천여건의 배달 관련사고가 지난해에는 4만9천여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물품을 분실해놓고 제대로 보상을 해주지 않거나, 배송을 엉망으로 해서 물품이 손상됐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경우도 있고, 이중송장을 발송해 소비자를 울리는 사례도 있다.

 

분실은 많고 보상은 느리다

 

백화점 근무를 했던 경기도 안양의 장 모(여.28)씨는 지난해 12월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동부택배를 통해 배송했으나 중간에 분실되고 말았다. 담당직원이 분실사실을 인정했고, 장 씨는 지난 1월께 해당 업체에 분실내용을 접수했지만 1개월여가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도 없었다.

 

장 씨가 다시 전화를 걸자 담당직원은 "15일 후에 다시 전화를 달라"더니 같은 방법으로 몇 차례 시간을 끌었다. 장 씨는 본사에 항의를 한 끝에 4개월 만에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약과다.

 

경기 안양시에서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 중인 배 모(남.34세)씨는 지난 2007년 9월께 고객이 구입한 노트북을 택배회사인 옐로우 캡을 통해 배송했다가 역시 분실 사고를 당했다. 배 씨는 노트북 가격 154만원을 청구했고 담당직원은 실수를 인정, 합의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직원은 두 달여만에 슬그머니 회사를 그만뒀고 나중에 영업소장까지 퇴사하는 바람에 배 씨는 3년 반이 지나도록 보상을 못 받고 있다.

 

'깨지고 상하고'..안 하느니만 못한 배달

 

9년간 안경 도매업을 해온 서울 구로동의 홍 모(남.33세)씨는 지난해 10월 말경 택배를 통해 거래처로 시가 40만원 상당의 안경테와 케이스를 배송했다가 제품이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 택배업체에 물품을 보내 사고처리 요청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뒤 “안경은 ‘사고면책’ 상품”이라는 이유로 보상 불가를 통보 받았다.

 

그러나 약관에는 그런 조항이 보이지 않았다.

 

부산 중앙동4가에 거주하는 신 모(여.39세)씨는 지난 2월께 지인에게 쇠고기를 보내기 위해 당일 배송을 조건으로 평소보다 1천원을 더 주고 SCL택배를 이용했다. 신 씨가 보낸 물건은 이틀이 지난 뒤 경비실에서 발견됐고 고기는 상해서 먹을 수 없었다. 신 씨는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운송장을 불러줬으나 없는 번호라는 답변만 들었다.

 

시흥시 능곡동의 임 모(여.26세)씨는 지난 2월 외출을 했다가 택배기사의 전화를 제때 받지 못했다. 뒤늦게 연락을 했더니 “유모차 밑에 놨으니 보세요”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임 씨가 "거기 어디 택배에요?”라고 따져 물었더니 상대는 “동부택배다 썅X아!”라고 욕을 퍼붓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중송장 만드는 위탁배송

 

유명 택배업체의 위탁업무를 대행하는 개인 택배 영업소가 이중 송장을 발부해 대형 업체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실제 배송은 영세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청주시 개신동의 윤 모(여.49세)씨는 지난 2월께 동부익스프레스를 통해 서울 금호동에서 청주까지 수하물 2개를 발송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수하물 1개가 도착하지 않아 해당 업체에 확인했지만 송장번호가 조회되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수하물을 자세히 살펴본 윤 씨는 동부익스프레스가 아닌 양양택배의 운송장이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알고 보니 대형업체들과 배송 계약을 맺었던 위탁영업소가 멋대로 이중 송장을 배부한 것이었다. 더구나 이 영업소는 이미 동부익스프레스와는 이미 계약이 해지된 상태였다. 대형업체를 믿고 거래했던 윤 씨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정부의 종합대책 보다 업계 내 자정 노력 시급"

 

국토해양부는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택배산업 선진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종합육성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일반운송업에 포함 돼 있는 택배분야를 시설과 차량 요건을 마련해 별도 업종으로 신설하고 택배관련 민원센터도 설치해 소비자 피해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화물차가 아닌 자가용으로 운송하거나 운임을 지나치게 낮추는 불법, 편법 행위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소비자센터 이진영 차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하고 빠른 배송 뿐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종합대책도 좋지만 업계 전반적인 자정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면서 "각 업체마다 택배규모를 늘리기 위해 치열한 저가경쟁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재정이 불안해지면서 분실 등의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hbs한국방송 기자 - 2010.04.30(금) 오후 0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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