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불로 수류불부(石壑不老 水流不腐)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래 15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지방 비리와 금권선거, 그리고 관권개입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선 4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현역 기초단체장들의 노골적인 비리행각이 드러나면서 총 230명의 기초단체장 가운데 42.2%인 97명이 이미 각종 비리와 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비리가 포착된 여주군과 당진군의 경우를 포함해 기초단체장의 비리와 위법이 문제가 된 사례들을 보면 전남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불명예스럽게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진도, 담양, 신안, 화순, 장흥, 해남, 영광, 곡성, 나주, 장성 등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은 끝내 지역주민들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말았다.
이처럼 상당수의 지방권력이 부패와 비리의 늪에 빠지기 쉬운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정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230개 기초단체 중 78%인 179곳이 아예 감사 전담 부서가 없다는 점은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정장치의 설치마저 외면하고 지방의회의 견제가 형식에 그치는 상황에서 기초단체장은 국회의원도 부러워할 정도로 주요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상은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지만 2년 뒤의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오히려 지방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7일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가 2014년부터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위헌적 요소가 내재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결함을 가지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한편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남도내에서 유일하게 일정이 미뤄져왔던 무안군수 공천과 관련해 후보 접수등록 하루 전인 지난 12일 재선인 서 모 현 군수를 전략 공천했다. 당초 민주당은 컷 오프를 통과한 현 군수와 정해균 예비후보(전 여수부시장) 등 두 후보에 대해 4월 18일 100% 시민공천배심원제에 의해 경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선 불과 3일을 앞두고 현 군수 측의 불·탈법 선거운동이 적발돼 무기한 경선이 연기됐으며, 결국 최후방법인 전략공천으로 전남의 마지막 기초단체장 공천을 마무리했다.
어떤 이유에서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불법선거운동 등의 빌미를 제공해 한 달 가까이나 경선을 지연시켰고 지금도 당해지역의 신문과 인터넷뉴스 등에 한중국제산업단지 개발 및 인·허가 사업과 관련해 끊임없이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현 군수를 후보로 공천하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름지기 전략공천 후보라면 누구보다도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미래비전과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의 무안군수 후보 공천을 두고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괴이하다 못해 흉흉하기 그지없다. 이런저런 억측에도 불구하고 과연 민주당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를 무안군민의 이름으로 묻고 싶다.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 행불유경(行不由徑)이라 기록되었으니, 길을 가더라도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군자는 모름지기 큰길을 택해서 간다는 말의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람은 사정이 다급해지다 보면 정도(正道)가 아닌 뒷길도 마다하지 않게 되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당나라 때 왕숙문(王叔文) 등과 더불어 개혁정치가였고 유몽득문집(劉夢得文集) 등의 시문집을 펴낸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글 중에도 석학불로 수류불부(石壑不老 水流不腐)라는 말이 있다. ‘개울가의 돌은 늙지 않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기 마련이다. 또한 부지런함만큼 큰 미덕은 개혁의 의지를 가지고 변화하는데 있다.
민주당이 정녕 국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진보당이기 위해서는 항시 스스로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광주·전남에서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 이 지역 주민들에서조차 회자된다면 단언하건대 민주당의 진정한 미래는 없다.
박일훈 초당대학교 경찰행학과 교수
박일훈 교수:초당대학교 경찰행학과 교수(법학박사),무안문인협회장,노령신문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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