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는 문화다. 그 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편견 없이 받아들이느냐가 고품격 매너를 만든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매너와 함께 각국의 문화를 숙지하고, 여기에 개인의 센스와 자신감, 당당함을 덧입힐 때 비로소 행동에 여유와 노련함이 묻어난다.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온 필자의 경험에 빗대어 볼 때, 타문화에 관대하고 매너가 좋은 사람들은 인종이나 출신국가, 지위나 영어실력에 관계없이 어딜 가나 대접받고 대우받는다.
어떤 매너가 사람을 돋보이게 하고 사람들로부터 대우받게 만드는지 말하기 전에, 먼저 매너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전해오는 영국 여왕의 유명한 일화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로 유명한 만큼 영국 왕실의 에티켓 교육 역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격하다. 이런 교육을 받은 여왕이 즉위하여 이웃나라의 귀족들을 만찬에 초대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찬이 시작되고 다양한 요리가 만찬테이블에 올랐는데, 물이 담긴 넓적한 그릇이 함께 나왔다. 혹시 호텔에서 정찬을 한두 번쯤 경험 한 독자라면 벌써 눈치 챘을 것이다. 물이 담긴 넓적한 그릇은 바로 손가락을 씻기 위한 용도로 나온 핑거볼(finger bowl)이었다.
그런데, 이 핑거볼의 용도를 몰랐던 초대된 한 귀족이 급기야 두 손으로 그릇을 들고 그 안에 담긴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를 본 영국 귀족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 하고 있을 때, 여왕은 태연히 그릇을 들고 천천히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되었을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영국 귀족들이 일제히 여왕을 따라 핑거볼의 물을 마셨다는 일화이다.
그 물이 손 씻는 물인지 모를 리 없는 여왕께서 자신이 초대한 손님이 무안해 할 것을 염려해서 행한 이 행동은 ‘진정한 매너’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그 나라의 문화나 에티켓을 잘 숙지하고 좋은 매너를 갖춰 행동 할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다른 문화가 익숙지 않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이해와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 이 또한 우리가 갖춰야 할 ‘매너’이다. 즉, 타문화에 대한 포용의 자세,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캔디스의 위풍당당 글로벌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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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Candice Kim) 기자 (sweetcandi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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