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급의 미세한 무늬를 대면적의 반도체 및 LCD 등의 기판이나 태양전지 등에 대량으로 정밀하게 인쇄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유럽 일본 등 세계 굴지의 기업·연구소에 앞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그동안 업계의 숙원이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기술 병목을 해결한 쾌거로서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양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한편, 입는 컴퓨터와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세대 신기술 제품 출현을 앞당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창원에 소재한 출연연구기관 한국전기연구원(KERI / 원장 유태환 www.keri.re.kr)은 31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양산할 수 있는 원통나노금형 제작기술'에 관한 연구성과 발표회를 갖고 반도체 회로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의 대면적 나노·마이크로 패턴을 인쇄할 수 있는 원통형 나노노광 장비와 플라즈마 식각장비 및 일괄 공정 기술을 발표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산업연구본부 오현석 박사팀과 ㈜상진미크론, ㈜쓰리에스엠케이, ㈜뉴옵틱스가 4년여간 1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한 끝에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것으로, 이로써 KERI는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산업에 꼭 필요한 대면적의 나노·마이크로 패턴의 인쇄가 가능한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일괄공정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세계최초로 시도된 자기부상기술 및 전자빔을 결합한 신개념 원통형 나노노광장비, 그리고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원통형 나노식각장비를 이용하여 원통 금형 표면에 직접 나노 구조물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고휘도 광학필름 소자, 차세대 태양전지 소자 등의 양산을 위해선 기판 위에 나노미터급 패턴을 대량 인쇄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럽과 일본이 연합하여 국제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이미 국내외 굴지의 기업 및 연구소들이 관련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업계의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생산 장비나 기술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ERI는 그동안 자기부상열차 개발 등을 통해 축적해 온 초정밀 자기부상기술을 기반으로 관련 산업의 변혁을 몰고 올 해당 기술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나노패턴 인쇄를 위한 나노금형 제작이라는 난제 해결을 위해 초정밀 자기부상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연구팀은 자기부상기술로 진공에서 공중에 띄운 원통모양의 금형소재를 나노미터급으로 초정밀하게 회전 및 이송시키면서 빛[전자빔]으로 가공해 나노패턴을 원통 금형의 둘레에 이음매없이 인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나노 노광장비를 개발했으며, 아울러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원통형 나노식각장비를 개발해 원통 소재의 금속 표면에 나노 구조물을 새기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원통형 나노금형을 이용하면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태양전지 △위조방지 분야 등에 직접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주요 기업 및 기관들과 적용분야에 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우선 기존에는 하나의 반도체 제품 제작을 위해서는 증착, 노광(마스크), 현상, 식각 등의 기본 공정을 수차례 내지 수십 차례에 걸쳐 반복해야만 하는 반면,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마스크)공정 없이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비용 및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어서 저비용으로도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수가 있게 된다.
두 번째로 대면적 디스플레이 산업의 고생산성과 고정밀화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우선, 기존 LCD TV에 사용되는 여러 장의 필름을 나노패턴이 새겨진 1개의 특수광학필름으로 대체하여 LCD 패널에 소요되는 구성품을 줄일 수 있다. 특히 3M에서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휘도 향상 필름(DBEF)을 대체할 수 있는 필름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어 이 분야에서만 5,000억 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3D 영상으로 유명해진 영화 ‘아바타’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올해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 등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3D TV의 핵심부품인 특수편광필터와 렌티큘라(Lenticular) 렌즈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며, 향후 2018년 170억 달러로 성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3D TV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저가격화와 보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의 핵심부품인 투명박막 AMOLED 구동소자를 대면적 필름형태로 생산할 수가 있게 되어 항공기, 열차, 자동차 등의 전면 유리창에 활용될 수 있는 HUD(Head Up Display)나 회사 및 가정집에서 활용될 수 있는 ‘스마트 창’ 등의 신제품을 대량으로 값싸게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CES 2010’에서 이 투명 AMOLED 구동소자를 이용한 투명 디스플레이 노트북을 소개하여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기술은 또한 차세대 태양전지의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태양전지는 반도체 공정과 유사하여 양산 단가가 매우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원통형 인쇄공정을 이용하면 저가의 태양전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또한 특수한 패턴을 이용하면 광 흡수율을 높여 고효율의 태양전지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을 적용한 나노태양전지는 비닐처럼 유연한 박막소재에 원통 인쇄공정에 의해 낮은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고, 변환효율이 매우 높아 경제성도 충분하다. 최근에 발표된 나노안테나를 이용한 나노태양전지(www.gizmag.com, 2008.01.04 게재, 그림 7 참조)는 태양의 가시광선뿐 만 아니라 적외선도 흡수할 수 있어 변환 효율이 무려 80%에 달한다.
이 기술은 또한 위조방지 제품 제조에 응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홀로그램 패턴 제작에 적용하면 복사를 어렵게 만들어 신분증, 신용카드, 회사보안카드 등과 같은 플라스틱 카드 재질의 보안 제품과 지폐, 상품권 등과 같은 종이 재질의 금융 관련 보안 제품 그리고 가방, 화장품, 주류 등과 같은 고가 명품의 복제 방지를 위한 보안 제품 개발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 개발과 관련하여 핵심 공정 및 장비와 관련한 원천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여 총 12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현재 오현석 박사팀은 밀양나노센터 내에 구축된 청정실에서 대면적 원통형 나노금형 및 관련 공정 장비의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오현석 박사는 “평판형 전자인쇄 장비분야에서 매출 1조를 올리고 있는 미국 비스텍이 KERI의 연구성과를 보고 공동회사 설립을 제안할 만큼 이번 기술에 대해 국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생산성과 효율이 제한적인 평판 인쇄 기술 대신 원통형 나노금형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양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1일 열린 연구성과 발표회에는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엄용수 밀양시장, 이한상 엘지디스플레이상무, 지식경제부 관계자 등 200여명의 내외빈이 참석하여 세계적 성과 창출을 축하했으며, KERI 유태환 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이번에 협력 논의를 위해 방한한 미국의 유력 공정장비 기업인 비스텍(Vistec Lithography. Inc)社의 자이 하쿠(Jai K. Hakhu)사장과 인력 및 기술정보교류, 공동연구 및 사업화 추진에 관한 MOU를 맺고 기술개발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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