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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보려고 신발값 600만원 썼다"

스프리스, 응모권 이벤트에 40명이 8천장.. 실시간 공개로 경쟁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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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이 불과 20일 만에 특정 업체의 신발과 가방을 1인당 평균 600만원어치나 구입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팬 사인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스포츠 브랜드 스프리스가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스프리스반을 찾아라’ 이벤트 결과, 1등 그룹 40명이 8천 장의 응모권을 모았다. 3만원에 응모권 1장이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8천 장을 모으기 위해서 스프리스 제품을 2억4천만원어치나 구매한 셈이다. 1인당 구매액이 6백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2등 그룹은 7천 장의 응모권을 모았다. 전체 구매액은 2억1천만원 이상, 1인당 구매액은 525만원에 이른다.

 

‘스프리스반을 찾아라’ 이벤트는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 한 학급당 40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스프리스의 제품을 구입하고 응모권을 모아 순위를 매기는 행사였다. 응모권 숫자에 따라 20위 안에 들면 인기 그룹 2PM과 카라의 팬미팅, 콘서트에 참가할 수 있다. 특히 1,2위 그룹에게는 팬 사인회에 참여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투명성을 강조한 경쟁 이벤트라고?

 

1,2위 그룹의 아이들이 기를 쓰고 응모권을 모은 건 팬 사인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추점제가 아닌 그룹 간 경쟁 방식으로 이벤트가 진행되다보니 응모권을 모으려고 무리를 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동일한 이벤트가 추첨제로 진행돼 이같은 과열 경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스프리스 측은 지난해 일반 연기자를 모델로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올해 모델은 아이돌가수로 이벤트에 콘서트가 추가되면서 참가 열기가 고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추첨제를 경쟁방식으로 전환한 이유는 당첨이 되고도 참여하지 않는 그룹들이 있어 참여의지가 있는 그룹들을 선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스프리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응모권을 직접 등록해야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도 콘서트에 오지 않을 그룹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당첨된 그룹이 참여를 거부할 때 후순위 그룹에게 참여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시간으로 응모현황을 공개해, 그룹 간 경쟁에 불을 붙인 점이다. 뒤쳐진 그룹이 20위 안에 들기 위해 스프리스 제품을 더 구입하게 만든 것이다.

 

대전시 가양1동의 최국희(여.36세)씨는 스프리스가 진행한 이벤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해 왔다.

 

최근 고등학교에 진학한 딸의 요청에 따라 스프리스 매장을 방문한 최 씨는 10만원 상당의 운동화를 구입하고 5장의 응모권을 획득했다.

 

당시 최 씨의 딸은 구입한 제품보다 응모권에 관심이 더 높았고 급기야 며칠 후 다른 그룹에 비해 응모권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품을 더 사달라고 울면서 졸라댔다. 실시간 공개가 가져온 폐해였다.

 

최 씨는 “아이돌을 선망하는 청소년들의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는 스프리스의 상술에 이골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료 응모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스프리스 관계자는 “1위 그룹이 8천장의 응모권을 등록했지만 해당 그룹의 실제 구입액은 2억4천만원에 모자란다. 매장에 이야기해서 무료 응모권을 받아 이벤트에 참여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료 응모권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현재 부정한 방법으로 이벤트에 참여한 그룹을 선별중이며 적발될 경우 당첨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엄청난 결과에 놀란 건 스프리스 측도 마찬가지. 당초 스프리스는 전국에 있는 매장당 600장 씩 총 20만장의 응모권을 배포했다. 이중 이벤트에 등록된 응모권은 총 2만7천장 정도.

 

선두 2개 그룹이 등록된 응모권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결과가 나타나자 스프리스는 상위그룹에게 환불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해당 그룹은 이를 환불 받는 대신, 기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hbs한국방송 기자 - 2010.04.06(화) 오후 01: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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