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 거둔 사양벌꿀 때문에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천연벌꿀인 줄 알고 샀는데, 나중에 설탕꿀인 걸 알게 되면 속았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서울 신길동의 윤 모(남.53세)씨는 며칠 전 대형마트에서 꿀을 저렴하게 판매해 1+1제품으로 구입했다. 윤 씨는 설탕이나 올리고당보다 꿀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 냉큼 집어왔는데, 집에서 보니 '사양벌꿀'이라고 적혀 있어 깜짝 놀랐다.
윤 씨는 "알아보니 사양벌꿀은 설탕꿀이라고 하던데, 아카시아꿀 등 잡화꿀과 질적으로 많이 다른 것인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사양벌꿀이란 설탕물을 먹여 키운 벌이 생산한 꿀을 말한다. 포장에 '사양벌꿀'로 표시돼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벌꿀자율표시제도'를 시험도입하면서부터 사양벌꿀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벌이 꽃에서 꿀을 먹고 남은 것을 효소와 융합시켜 해 만들어내는 천연벌꿀은 5만원대를 넘는 반면, 사양벌꿀은 몇 천원부터 1만 안팎에 판매된다. 또 여러 가지 꿀이 섞인 잡화꿀의 경우 2만~3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사양벌꿀과 천연벌꿀은 육안으로는 구별이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가격대가 다른데다 제품에 '사양벌꿀'이라는 표시가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판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사양벌꿀이라는 용어 자체를 잘 알지 못해 천연벌꿀과 차이점을 잘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양봉농가에서는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을 생산하는 농가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천연벌꿀 양봉농가에서는 좋은 꿀을 찾아 이동하느라 생산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값싼 사양벌꿀을 사는 바람에 판매에 애로가 많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충남 오룡동의 강 모(남.44세)씨는 "대형마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1만원짜리 1+1 행사상품인 꿀 대부분이 설탕물이 섞인 '사양꿀'인데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며 "천연벌꿀을 생산하는데 20년 동안 가격이 5만원으로 묶여 있고, 사양꿀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피해를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한국양봉협회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벌꿀에 대한 품질기준을 개정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는 '사양벌꿀'의 명칭을 '사양꿀'로 바꾸고, 천연벌꿀과 혼동되지 않도록 글자 크기(12포인트)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사양꿀'도 식품의 일종으로 인정받기 위해 벌꿀 규격을 '천연꿀'과 '사양꿀'로 나눠달라고 식약청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양봉농협을 비롯해 천연꿀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순수 양봉농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인 '꿀벌사랑동호회'에서는 사양꿀을 '설탕꿀'로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사양벌꿀과 관련해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 고심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식약청은 그동안 사양벌꿀을 어떻게 처리할지 망설이고 있다. 사양벌꿀이 정식으로 식품공전에 등재될 경우 일부 농가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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