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은행들의 '주거래 고객' 우대서비스가 장기 거래를 해온 소액거래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고객의 지난 3개월간의 실적을 토대로 은행에 기여한 수익률을 평가해 주거래 고객을 선정하고 있어 10년 이상의 단골이라도 소액거래자일 경우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은행들은 주거래 은행을 정해 예금.대출.카드.급여이체 등 모든 금융거래를 집중시켜 실적을 쌓으면 주거래 고객이 되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주거래 고객, 특히 최상위 등급을 받은 고객들은 타행이체 수수료와 자기앞 수표 발행 수수료 등 대부분의 수수료가 면제되고 계열사와 거래 시에도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주거래 고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의 주거래 고객 선정기준은 얼마나 오랫동안 충성도 있게 거래를 해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돈을 은행에 벌어다 주느냐 이기 때문. 더욱이 어렵게 주거래 고객으로 선정돼도 최상 등급이 아니면 혜택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은행의 '주거래 고객'제도가 빚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주거래 고객' 득일까, 독일까?
주거래 고객이 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한 은행, 같은 계열사 상품만을 고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선정기준 등으로 주거래 고객이 되기는 쉽지 않고 일반 서민들이 최상위 등급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대출, 카드사용 실적, 공과금 자동이체, 환전실적 등 고객이 은행 실적에 기여한 정도를 점수화해 등급을 정하는 '주거래 고객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개 1년에 4차례 주거래 고객을 선정하거나 등급을 갱신하는데 지난 3개월간의 거래실적을 반영하며 선정일 또는 갱신일로부터 6개월간 혜택이 부여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단계 등급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단계의 고객 등급제를 산정하고 있다.
주거래 고객이 받는 가장 큰 혜택은 수수료 면제로 최상위 등급이 될 경우 거의 모든 수수료를 면제받는 것은 물론 계열사 거래시 우대 혜택이 부여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프리미엄스타' '골드스타' '로얄스타' 'MVP스타' 등 4단계로 나뉘는데 최고 등급인 'MVP스타'가 되면 타행이체 수수료, 자기앞수표 교환전 자금화 수수료, 자동화기기 영업시간외 이용수수료, 해외 외화송금 수수료 면제 등 대부분의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또한 국민수퍼정기예금 0.15% 이내, 일반정기 적금 및 KB상호 부금 0.15%의 예금금리 우대서비스가 부여된다. 최고등급이 아닌 주거래 고객들도 제한적이지만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호텔 및 콘도 서비스, 건강검진비용 할인 등의 특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역시 최고 등급인 '프리미어’가 되면 수수료 면제나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카드,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 면제나 연회비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 고객우대 프로그램 운용 중인 우리은행도 우리카드 및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에서 연회비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 또는 감면하고 있으며 하나은행도 하나대투증권 등 계열사 거래 시에 우대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큰손 VIP는 우대, 단골 서민은 외면
하지만 은행의 '주거래 고객'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들은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고객이 은행에 기여한 수익률을 평가해 주거래 고객을 재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 고객인 단골 소액거래자보다 단기간의 거액 대출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고등급인 'MVP스타'가 되려면 KB평점 1만점 이상, 총예금 평균잔액 3천만원 이상(요구불예금 기준 1억원)이 되어야 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프리미어'가 되기 위해서는 점수 2천점 이상(요구불예금 기준 6천67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의 경우 부동산담보대출을 제외한 자산(수신. 여신 등) 총계가 3억원 이상을 넘어야 최고 등급인 '플래티늄'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역시 최고 등급인 '하나VIP' 고객이 되려면 1만점 이상(요구불예금 기준 1억원)을 받아야 한다.
입출입식 예금만으로 주거래 고객이 되려면 3개월 동안 수천만원의 가까운 예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말이다. 설령, 어렵게 주거래 고객이 되더라도 최고 등급이 아니면 혜택이 적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하 등급인 '그린'은 현금입출입기(ATM) 출금 수수료 50%만 감면해 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굳이 주거래 고객이 되기보다는 우대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대출이나 환전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알아보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 "거래기간보다는 실적이 우선"
반면, 시중은행들은 오랫동안 거래를 했다는 것만으로 우대 혜택을 줄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등급 간 혜택차이에 대해서도 당연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항목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거래기간만으로 우대혜택을 주기는 어렵다"면서도 "최초 거래일 기준 당행 거래년수(1년당 10점, 최고 300점)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예금, 대출 등 각 항목마다 점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주거래 고객이 되는 건 아니다. 복합적인 금융거래 실적을 반영해 등급을 산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거래실적이 높은 고객들에게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통장에 10~20만원 정도 넣고 빼 쓰는 장기 소액거래자들까지 우대혜택을 주라는 것은 억지"라며 "외국의 경우 계좌 수수료까지 받고 있는데 그에 반해 국내 은행들은 계좌유지 및 전산비용 등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족 거래실적을 합산해 주거래 등급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면 높은 등급의 주거래 고객이 될 수도 있고 가족들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을 올려야 하는 은행들은 거래실적이 우수한 고객에게 우대혜택을 주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오랫동안 은행거래를 해왔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말뿐인 '주거래 고객' 혜택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은행이 대형화에 치중한 나머지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거래 고객' 서비스 또한 고액거래자들에 대한 특혜로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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