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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위약금 대납'에 코 꿰인다

통신대리점, 단말기값 올려 편법영업..이통사는 "내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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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 최근 SK텔레콤과 KT, 통합LG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보조금 지급을 축소하자 일선 대리점에서는 위약금 대납을 내세운 편법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대리점들이 단말기 값을 부풀리거나 약정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 심지어는 ‘공짜폰’이라면서 소비자 몰래 단말기 할부금을 물리는 사례도 드러났다.

21일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통신 대리점을 둘러본 결과 대다수 대리점들이 ‘위약금 처리’라는 문구를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30~40만원, 휴대전화 번호이동을 할 경우 10~15만원의 위약금을 대납하면서 신규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에 대해 안양시 만안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남, 45세)씨는 이렇게 말했다. “속임수예요. 단말기 값을 비싸게 불러 놓고 거기서 위약금을 자기네가 빼주는 척 하는 거죠.”

김 씨는 기본통화료를 높게 부르거나 장기약정을 권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가 보여준 단말기는 2년 약정을 기준으로 단말기 값 12만원(보조금 38만원 반영)을 24개월로 분납해 매달 5천5백 원의 할부금을 내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 기존 통신사를 해약하는 비용으로 위약금 15만 원 가량이 추가된다.

이번에는 ‘위약금 대납’ 문구를 내걸고 영업 중인 다른 대리점을 찾아가 같은 단말기를 놓고 가입을 문의해봤다.

위약금 15만원을 대납해준다면서 단말기 값을 36만원이나 불렀다. 위약금을 빼더라도 오히려 9만원을 더 물어야 하는 셈이다.

대리점 직원에게 단말기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었더니 “보조금이 없어서 그렇다. 요즘은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번호이동을 해도 예전처럼 보조금을 몰아주지 않기 때문에 약정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서 위약금을 지원 받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도 더해졌다.

◆단말기는 공짜, 요금은 폭탄

통신사들이 이전보다 보조금을 덜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3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석채KT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등 통신3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근절하자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업체별로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는 40만 원대에 이르던 보조금이 부분적으로 줄어든 게 전부다.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대리점 관계자는 한 모(남.39세)는 “기존 44만원이었던 보조금이 6만원 줄어 38만원 가량으로 낮아졌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몇몇 대리점이 보조금을 감춰 놓고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 것이다.

공짜폰이라고 해놓고는 요금으로 차액을 메우는 곳도 있다.

서울 성수동의 강 모(남.53세)씨는 지난달 28일 집근처 KT대리점을 방문해 아들이 쓸 휴대폰을 구입했다.

대리점에 공짜폰이 없는지를 물어보자 매달 5만원 가량의 요금을 사용하면 휴대폰은 무료라고 안내받았다. 그런데 지난 20일 날아든 사용명세서에 단말기 할부금 8천160원이 청구돼 있었다.

아들의 핸드폰 명세서를 확인했지만 5만5천원 가량의 통화요금이 찍혀있었다. 즉시 대리점에 가서 항의하자 기본요금과 국내통화료만으로 5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자 메시지나, 데이터요금, 국제통화료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통화요금으로 단말기 값을 채워줘야 유지가 되는 공짜폰이었던 것이다. 강 씨는 “단말기 할부금을 내지 않으려면 통신요금을 더 내야하고 요금이 미달될 경우 단말기 값을 내야하는데 이게 무슨 꽁짜폰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통사 “본사와 대리점은 별개!”

비교적 양심적으로 영업을 하는 대리점의 경우에는 신규가입자 유치 때 통신사에서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일부 쪼개 단말기 값이나 위약금 대납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대리점을 5년 가까이 운영해온 장 모(남.46세)씨는 “통신사로부터 매달 대리점을 통해 가입한 고객의 사용요금 6~8%를 인센티브로 받고 있다. 다른 대리점에서 위약금을 대신 내면서 손님을 몰아가는데 앉아서 당할 수는 없지 않느냐. 인센티브 가운데 일부를 빼고, 단말기 보조금을 일부 빼는 식으로 위약금 물어주고 그 나머지를 단말기 값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결국 통신사들이 대리점에 거액의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신규고객 유치를 종용했으며 그로 인해 대리점들이 편법영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엉뚱한 부담을 전가시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리점의 편법행위에 대해 통신사들은 대리점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은 개별 사업자로 단말기 계약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받고 영업을 하는 곳”이라며 “만약 대리점에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100이라 치면 대리점에서 20의 수익을 내고 80을 사용하던 50을 지출하고 50을 벌던 그건 본사에서 상관할 바가 아니다”고 대리점과 본사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hbs한국방송 기자 - 2010.04.22(목) 오후 01:3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