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식품 섭취후 몸에 이상을 느끼거나 알레르기로 의심되는 반응이 잇달아 제보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겨먹는 사탕, 껌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식품과 알레르기 반응의 연관성이 입증된 사례가 없어 소비자가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 원두커피 마시고 후끈!
강원도 원주의 박모(남.41세)씨는 최근 원두커피를 마신 뒤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두드러기 비슷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박 씨는 지난 6일 오전 L사의 원두커피음료(유통기한 2011년 4월2일까지)를 마신 뒤 눈이 아프고 얼굴에 자극감이 느껴졌다.
박 씨는 해당 제품을 마시고 30분가량 지나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눈두덩과 왼쪽 광대뼈 부근이 두드러기처럼 벌겋게 부었다. 박 씨는 그날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 공복상태였고, 다른 식품과 함께 커피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제품의 어떤 성분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했다.
박 씨는 “지난 3월말 같은 제품을 마셨을 때에도 눈이 아프고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겼지만 커피음료 때문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고 2시간 정도 지나자 붉게 부어오른 것이 가라앉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사 측은 해당 제품에 원두커피추출액, 설탕, 우유, 커피향을 내는 착향료가 들어가지만 박 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유통기한이 동일한 제품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L사 관계자는 “제품이 변질됐을 경우 PH 등의 수치가 변동되는데, 보관하던 동일 유통기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이상한 점이 없었다”며 “우선 박 씨가 마신 커피제품을 수거해 조사하는 한편 시판중인 제품을 일부 수거해 검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씨는 “그동안 다른 원두커피는 괜찮았는데, 유독 해당제품을 마셨을 때에만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하다”며 “속도 미식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제품에 이상반응 등에 대한 안내문구나 경고표시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 번데기 먹은 뒤 ‘으슬으슬’
제주시 건입동의 황모(남.32세)씨는 지난 4월 말 인터넷을 통해 번데기 1박스(48개)를 싸게 구입했다. 택배비에 항공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사두고, 천천히 먹으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황 씨는 번데기 5개밖에 먹지 못했다. 번데기를 먹은 뒤 몸이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황 씨는 “처음 2캔을 따서 먹었는데, 몇 시간 뒤 눈과 머리가 아프고 감기몸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며 “한동안 번데기를 먹지 않으니까 괜찮아졌는데 돈이 아까워 3캔을 더 먹었더니 부작용이 생긴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황 씨는 번데기를 먹고 잠을 잤더니 잠자리가 축축할 정도로 땀이 났고 뱃속까지 이상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번데기를 제조한 U업체 측은 “간혹 번데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 제품에 주의사항을 표시했다”며 “황 씨의 경우 100℃ 이상 고압 살균한 제품이므로 세균성 식중독은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 껌 씹고 정신이 몽롱~
대전에 사는 오모(남.34세)씨는 지난 3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졸음을 쫓기 위해 H사의 기능성 껌을 구입했다. 오 씨는 평소 즐겨 찾는 민트껌과 포장지가 특이한 기능성 껌을 번갈아 씹다가 화들짝 놀랐다. 달작지근한 껌 물이 빠지기 전까지 정신이 몽롱해서 하마터면 운전중에 사고가 날 뻔 했다는 것.
오 씨는 “노래를 잘 부르게 해준다길래 어떤 껌인가 싶었다. 그런데 장거리 운행 중에 껌을 씹다가 20~30분 정도가 지나니 운전을 못할 정도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처음에는 고지대를 달려서 귀가 멍멍한 줄 알았는데, 남은 껌들을 씹으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오 씨가 처음 접한 기능성껌은 씹으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마그네슘과 사과산을 함유해 껌을 씹은 후 30분이 지나면 성대 근육이 이완되고 폐활량이 늘어나 고른 호흡과 안정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해당 업체 관계자는 “이 제품은 교사 등 오랫동안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껌”이라고 전제하면서 “아직까지 껌을 씹을 뒤 정신이 몽롱해졌다는 신고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껌을 씹은 뒤 부작용을 보였다는 사례도 없다고 해명했다.
◆ 식품 알레르기 피해보상 힘들어 '억울'
이같은 증상과 관련해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이에 대한 업체측 대응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실제로 시판중인 번데기 제품을 살펴보면 ‘알레르기성 특수 체질인 사람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주의사항이 명시돼 있으나, 제품 모서리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다.
번데기 뿐 아니라 계란, 우유 등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된 주의사항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선진국에서는 국내보다 강화된 규정을 적용해 폭넓게 식품 알레르기 주의사항을 표시하고 있다.
만일 평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던 식품을 섭취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상호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의사소견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1차적으로 해당 식품업체에 신고하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청, 시.군.구 보건소 등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식품알레르기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일단 의료기관들이 소비자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식품부작용에 대한 의사소견서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 특히 소비자가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해당 식품과의 상호연관성을 입증하기까지 시간적.정신적 피해까지 모두 보상받기 힘들다.
일례로 합성첨가물 논란을 촉발시킨 아토피과자 파문이 대표적이다. 이유없이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아토피 피부염을 발생시켰다고 지목된 식품과 소비자의 증상을 연계시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명쾌하게 입증된 사례 땅콩 우유 계란 등 일부에 그친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안현숙 상품팀장은 "커피음료를 마신 뒤 두드러기 증상이 발생했다면 제품 변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해당 제품을 조사해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껌, 캔디 등을 먹은 뒤 이상반응을 보였을 때에도 마찬가지"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생활문화소비자학과 허경옥 교수는 "식품알레르기의 경우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의사소견서가 필요하다"면서도 "다소 특이체질인 사람은 스스로 조심해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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