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인공 라텍스 또는 라텍스가 일부 포함된 매트리스를 천연 100% 라텍스로 착각하고 구입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라텍스란 고무나무에서 분비되는 천연의 액즙을 고압의 공기 분사장치를 통해 발포 처리한 제품을 말한다.
문제는 라텍스 자체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인조소재를 천연소재로 팔거나, 다른 소재를 채워 넣는 형태로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이같은 논란 때문에 유명 침대업체들은 라텍스 소재의 매트리스를 아예 취급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라텍스 매트리스를 구입할 때는 고가의 제품인 만큼 품질과 업체의 신용도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진짜 라텍스 사고 싶으면 40만원 더 내"
서울 자양동의 이 모(여.33세) 씨는 지난 4월초 한 인터넷 가구 사이트에서 라텍스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이 씨는 평소 허리가 불편해 라텍스 매트리스를 주문했고 미국 직수입 제품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판매직원은 한 제품을 추천하며 100% 라텍스이고 미국 직수입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송된 매트리스는 업체 직원의 설명과 달리 미국산 제품도 아니었다. 이 씨가 항의하자 업체측은 라텍스 제품을 애초에 팔지 않는다고 했다.
이 씨가 담당직원에게 다시 항의하자 직원은 원산지를 속인 적이 없으며 라텍스 주문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발뺌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 요청에 업체 관계자는 "라텍스 매트리스는 40만원의 추가비용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단가 낮추느라 저급 소재 사용했어"
부산시 반여동의 이 모(남.35세) 씨는 2년전 혼수용으로 김해의 한 가구백화점에서 300만원짜리 침대를 구입했다. 이 씨는 매장에서 권유한 ‘포켓(스프링) 라텍스 팜’ 매트리스를 주문했다.
이후 배송받은 침대를 사용해온 이 씨 부부는 비슷한 허리 통증을 느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5일 매트리스를 살펴 보게 됐다. 매트리스에는 인증서도 있었지만 내부에는 사이즈가 제각각인 스폰지와 라텍스, 스프링이 겹쳐져 있고 빈 공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패드가 억지로 끼워맞춰져 있었다. 라텍스는 5cm 남짓 끼워져 있었고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었다. 화가 난 이 씨는 바로 다른 매트리스를 구입해 교체했다.
업체 관계자는 “매트리스 공급자가 최초 계약과 달리 일정 시기에 단가를 낮추면서 품질이 낮은 소재를 사용한 것 같다. ‘포켓(스프링) 라텍스 팜’은 일반적으로 라텍스가 5cm가량이 들어가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본 스프링의 상부 또는 하부의 한 면에 라텍스 소재가 있고 반대편에 팜 소재가 들어가며 사이에 부직포 등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 "천연이나 합성이나 똑같아?"
서울 종암동에 사는 김 모(남.56세)씨는 작년 11월 홈쇼핑 방송을 보고 ‘프랑스 삽사 라텍스’ 매트리스를 27만 5천원에 구입했다. 김 씨는 베송된 제품이 방송에서 모델이 보여줬던 제품과 달리 매트리스에 구멍이 제각각으로 난 것을 확인했다.
담당 MD는 "국내 라텍스 수입 가공업체가 슬라이싱이란 공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면이 매끈하지 못할 수 있지만 방송화면상의 제품과 실제 출고 제품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MD와 논란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씨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천연 라텍스로 알고 구입했던 제품이 합성라텍스(SBR) 로 천연고무 성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 해당 방송에선 시작과 동시에 1초 남짓 '합성라텍스 SBR 100%'란 자막이 지나가고, 이후 1시간 동안 호스트는 합성 제품이란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홈쇼핑 관계자는 “내부 품질검사를 거쳐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 중간에 3~4번 ‘깐깐 체크 포인트’라 하여 구매 유의사항을 안내 하는데 천연라텍스라고 방송을 한 적이 없다. 소비자가 오해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내 협력사의 역할은 가공이라기보다 포장 업무에 가깝고 제품 라벨에 라텍스는 프랑스산으로, 매트리스 커버는 국산으로 표기가 되어 있다”며 “라텍스 성분은 천연이나 합성이나 똑같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해당 제품을 반품하고 환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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