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6억이라는 공금횡령사건은 국내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능적이고 지속적인 범죄유형이다.
그의 공무원으로서의 입사동기와 절차도 투명성이 없지만 타인들이나 동료 직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만큼 그는 성실했고 바른 공무원상이었다.
처음부터 그도 엄청난 범죄를 계획하거나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내의 사채빛(의심의 부분이 있지만)으로 인한 압박감과 조심스럽게 시작 한 범죄 행위가 주는 또 다른 행복(?)감이 그를 대담하게 만들었고, 온갖 감사를 피해 갈 만큼 지능적이고 완벽해져 갔을 것이다.
온갖 공문을 스스로 만들고 도용하며 그는 성실의 가면으로 돈의 유희를 즐겼으리라. 과연 이번의 문제가 개인의 도덕성과 범죄행위에만 촛점을 맞추고 비판의 돌을 던지면 그만일까?
여수시 행정조직의 헛점과 각 개개인의 업무의 소홀이나 직무유기의 비판도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각 고유업무에 대한 숙지와 이해가 부족해서 관계직원이 의심을 못한 부분도 수년간의 범죄를 가능케 했으며,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상위직원도 안일무사주의와 건성건성 대충주의로 행정절차상의 보고사항이나 결재 사안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형식주의가 이번 범죄의 가장 가까운 공범이며 범죄를 가능케 했다.
다년간 여수시 행정업무에 관련된 문제로 많은 공무원들을 직 간접적으로 바라보며 느낀 것은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업무의 가중이나 절차상의 난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냐,"라는 식의 업무처리 방식 앞에 기자는 난감하고 울컥 한 경험이 많다.
건축과, 환경보호과, 도시미화과, 도로과, 회계과 등등 이곳에 속해 있는 모든 공무원들이 나태하거나 소극적이지는 않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 중 업체의 불법 사안에 대해 봐주기식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하거나 업체측에서 특정 공무원의 이름을 지칭하며"그 사람은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다."라는 태연한 반응에 기자는 늘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들의 특징은 기자의 제보나 민원에 상당히 소극적이며 불성실하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 배경에는 자신이 곤란해 진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어느 공무원은"소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없다. 무슨 일을 법대로 처리하려고 하면 상급자와 온갖 인맥으로 압력을 가하고 무언의 힘으로 덮으려고 하니 실무자로서는 중간에서 죽을 지경이다."라는 고백이 이들의 현주소이지만 그렇게 변명하는 당사자도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울까?
또한 여수시에서 수 십년간 공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퇴직자가 온갖 사업장의 민원 대변인처럼 시청을 휘젓고 다니며 해결사 노릇을 하는 등 인간적인 정서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였으니...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고유업무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겠으나 그 만큼 재량권의 이탈이나 "나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오만과 함께 오늘과 같은 비리와 부정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후 시청 공무원들의 반응을 바라보며 기자는 개운치 못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사건 당사자를 놓고 거침없는 비판과 난도질은 그의 죄에 대한 당연한 돌팔매질이겠지만 과연 그 공무원들도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모두는 그렇지 않았지만 나태했고, 무능했으며, 자신의 고유업무에 대한 이해와 숙지도 못하는 행정을 하며 기자와 법규 논쟁을 벌이고... 자신들의 의무와 권리 및 재량권의 한계도 모호한 공무원상이 여수시에 있었다.
타기관의 공무원들은 제보와 민원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이었으며, 행정절차에 대한 과정과 결과까지도 투명했으나 여수시 일부 공무원들은 부질없는 자존심만을 내세우며 자신의 업무에 도전을 받는 불쾌감으로 대응하는 자세는 비판 받아야 한다. 지금도... 개개인 스스로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개개인은 환골탈퇴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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